
트라웃은 15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5 MLB 올스타전에서 AL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1회부터 선두 타자 홈런을 때려내는 등 맹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의 3연승을 이끌었다. 이런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올스타전 MVP도 거머쥐었다.
이제 겨우 스물네 살이다. 약관의 나이를 맞은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아직은 '새파란 새싹'이 더 어울릴 나이다. 그러나 트라웃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황금빛 물결'을 이룬 잘 익은 들판 같다. 대략 떠오르는 것만 간추려도 웬만한 10년 차 프랜차이즈 스타 못지않다.
2012년 '올해의 신인'을 수상했다. 사상 최연소 30-30 클럽에도 가입했다. 그해 49도루로 시즌 도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듬해 5월 22일 시애틀전에서는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2014년에는 111타점을 쌓아올리며 타점왕까지 휩쓸었다. 눈부신 활약으로 소속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어 정규시즌 MVP에도 선정됐다.
올 시즌에도 변함이 없다. 명실공히 '트라웃 천하'다. 전반기 동안 26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팀 동료이자 '살아 있는 전설' 알버트 푸홀스와 AL 홈런 부문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타율 0.312, 55타점도 리그 최정상급 성적이다.
트라웃을 '미국 야구계의 얼굴' '에인절스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기록들이다. 그러나 이 최고의 선수는 딱 한 번 자신의 '변질'로 인해 팀 내 분열을 가져올 뻔 한 적이 있었다. 17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다큐멘터리 '마이크 트라웃의 걸어온 길'을 방영했다. 여기서 트라웃은 그간 사람들이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을 본인의 입으로 어렵게 털어놓았다.
▲ '야구의 원점'을 기억하게 한 소시아 감독의 말
2년 전 스프링 트레이닝 때 직전 해에 신인왕을 차지한 트라웃은 미디어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취재진은 항상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팬들은 트라웃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환대에 잠깐 교만해진 것인지 트라웃의 태도는 데뷔 초기와 비교해 조금 달라져 있었다.
트라웃은 구단 경영진과 동료를 향해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시범 경기가 시작되고 3월이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보다 못한 소시아 감독이 강하게 타일렀다.
"마이크, 너는 확실히 좋은 선수다. 그러나 지금 그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나는 너를 기용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동료를 비롯해 많은 사람과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야구는 혼자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벤치에 있는 25명, 아니 구단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싸워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이 날고 기어도 혼자 반대편 더그아웃의 9명을 상대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것을 잊지 마라."
'포 더 팀(For the team)'. 야구의 원점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 운동에서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제 막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은 이것이 중요한 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부와 명성'을 손에 쥐게 되면 달라지는 듯하다. 머릿속 지식이 몸의 행동으로 이어지려 할 때 중간에 어떤 '함정'이 생겨 연결되지 못하는 듯싶다. 22살 트라웃도 그랬다. 자기중심적 관점에 빠져 스스로 옭아맨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했다.
트라웃은 다큐멘터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도 그 '함정'에 빠져 버렸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비교적 이른 시간에 내가 바보였음을 깨달은 것." 함정에서 빠져나온 트라웃의 이후 활약상은 모두가 아시다시피다.
트라웃은 팀 내 모든 동료가 '굿가이'라고 평가하는 야구인이 됐다. 기자들 사이의 평판도 훌륭하다. 팬들의 호감도도 높다. 팬서비스를 가능한 빠뜨리지 않는 그의 경기 전후 태도 때문이다. 이 역시 당시 소시아 감독의 말이 가슴을 울린 뒤 형성된 습관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트라웃은 소시아 감독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명의 슈퍼스타 도약 뒷면에서 뼈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명장이 있었다. 마음과 몸, 성숙한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실수를 최소화하고 있는 트라웃의 올 시즌 후반기, 아니 남은 인생 후반전이 기대된다.
[영상]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 HL ⓒ 스포티비뉴스
[사진] 마이크 트라웃 ⓒ Gettyimages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TV 관련 기사]
·[전반기 기록] DER로 본 수비력…발전 한화, 퇴보 LG
·[2015 올스타전] '머신건' 황재균, 이틀 연속 찬란했다
·[2015 올스타] '최다 실점 완패' 만회한 드림올스타
·[2015 올스타] '2년차 1루수' 테임즈의 올스타급 수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