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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승부욕 닮았네!' 이승우(왼쪽)와 10년 전 이천수는 닮은 점이 많다. / 더팩트 DB |
이승우, 만족 모르는 승부사!
봄날이 완연하게 알몸을 드러냈습니다.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22일 오후,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축구 대표팀이 경주 한수원과 연습경기를 치렀습니다. 많은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A 대표팀 못지 않은 열기를 보였습니다. 방송,사진,취재기자를 더하면 30여명의 취재진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파주를 찾은 것은 이승우(17·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때문이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파주 NFC의 그라운드를 감싸 안고 있습니다. 바닥에 흩날린 벚꽃잎을 밟으며 U-18 대표팀 선수들이 하나둘 백호구장으로 들어섭니다. 이승우도 노란색으로 물들인 헤어 스타일을 뽐내며 백호구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한국 축구 미래를 책임질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다부진 표정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입단할 당시에도 자신만만했던 이승우입니다.
지난 2011년 "메시 같은 선수가 꿈"이라며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는 승승장구했습니다. 2012년 국제 유소년클럽 대회에서 우승~득점왕~MVP를 휩쓸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만 만나던 이승우의 경기를 처음 실시간으로 본 것은 지난해 1월 카타르 도하의 어스파이어 아카데미 풋볼 필즈에서 열린 알 카스 인터내셔널컵 2014였습니다. '폭풍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바르셀로나 9번'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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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청하는 이승우' 이승우가 안익수 감독(왼쪽)의 전술 지시를 듣고 있다. / 파주NFC = 이현용 기자 |
그리고 지난해 9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 태극마크를 단 이승우를 봤습니다. 이승우는 여전한 골 감각으로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실력뿐만 아니라 당찬 출사표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준결승 일본전을 앞두고 "준비한 것을 발휘한다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것"이라 호언장담했습니다. 겸손에 익숙한 한국 축구 팬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승우는 자신의 말처럼 2골을 작렬해 일본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승우의 화끈한 발언은 지난 15일 귀국한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메시와 같은 선수가 되겠다. 발롱도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4년 전 자신의 목표에 발롱도르를 더했습니다. 메시가 발전한 만큼 이승우의 목표도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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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속 파주NFC!' 이승우는 벚꽃잎이 흩날리는 22일, 파주NFC 백호구장에서 U-18 대표로 첫 실전 경기를 소화했다. / 파주NFC = 이현용 기자 |
그리고 이날 이승우가 실전 경기에서 뛰는 장면을 처음 봤습니다.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풍경 속에 그가 등장합니다. 축구하기 참 좋은 파주NFC 백호구장, 지켜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입니다. 30분씩 3쿼터로 진행된 한수원과 경기에서 이승우는 2쿼터와 3쿼터에 출전했습니다. 아직 손발이 맞지 않아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으나 간간이 보이는 번뜩이는 플레이는 탄성이 나오게 했습니다.
이승우를 보면서 두 명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정확히 560일 전에 파주NFC 백호구장을 누빈 바르셀로나 선배였습니다. 한국과 친선경기를 위해 방한한 '삼바 군단'의 네이마르 다 실바는 지난 2013년 10월 10일 백호구장에서 공개 훈련을 했습니다.
네이마르는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듯,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보인 '월드클래스' 플레이에 취재진은 "오~"하며 놀라워했습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도 비슷했습니다. 네이마르는 수비수와 충돌해 다리를 절뚝이며 훈련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승우는 2쿼터 도중 상대 수비수에게 긁혀 상처를 입었지만 치료를 받고 3쿼터에도 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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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월드클래스!' 네이마르(왼쪽 첫번째)가 지난해 10월 파주NFC 백호구장에서 번뜩이는 패스를 하고 있다. / 임영무 기자 |
네이마르가 스쳐 지나가고 떠오른 인물은 10년 전의 이천수였습니다. 이승우는 이날 경기에서 답답해하는 행동을 자주 보였습니다.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자 분해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번졌습니다. 이날 경기에선 연습경기인 탓에 반칙이 나오면 후배들이 형들이 챙기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습니다.
이승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체격 차이가 많이 나는 형들과 몸싸움도 마다치 않았습니다. 탁월한 신체 밸런스를 바탕으로 악착같이 버텨냈습니다. 이승우는 드리블하다 걸려 넘어지자 발끈하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승부욕이 느껴졌습니다. 공을 향한 집념도 대단했습니다. 최전방에 자리했지만 공을 자주 받지 못하자 중원까지 내려와 드리블을 시도하며 활로를 모색했습니다. 측면 공격수와 자리가 겹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이승우에게 골은 욕심이라기보다 책임감처럼 보였습니다.
10년 전 이천수도 그랬습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이천수는 지난 2005년 여름 스페인에서 한국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실패를 경험한 이천수는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를 압도했습니다. 복귀 초반 이천수는 손발이 맞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팀에 녹아들었습니다. 적응을 마친 그는 '사기 캐릭터'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단신이지만 몸싸움을 마다치 않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중원까지 내려와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이천수는 K리그 14경기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했고 MVP로 우뚝 섰습니다.
둘은 당돌한 발언과 승리에 대한 집념이 닮았습니다. 경기장 밖에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내린 이천수지만 그라운드 위의 이천수는 투사였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팀의 패배에 가장 분해하는 이도 이천수였습니다. 이승우는 지난해 AFC 챔피언십 결승에서 북한에 0-1로 진 뒤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지만) 팀이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혀 기쁘지 않다. 아쉬움만 가득하다"고 애석해 했습니다.
지난 2005년 울산의 팬들은 "이천수가 공을 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그냥 기대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승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발아래 공이 놓이면 자연스레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10년 전 이천수가 난관을 극복하고 울산을 우승으로 이끌었듯이 이승우가 오는 10월 2015 U-17 칠레월드컵에서 만들 이야기에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끝으로 이승우가 22일 한수원과 연승경기에서 보인 드리블 돌파 장면을 첨부합니다. 너무 먼 거리에서 촬영돼 화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더팩트ㅣ파주NFC = 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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