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의 연출을 맡은 최병길PD를 만났다. '학교 폭력'과 '사학 비리'라는 그 어느 드라마보다 무거운 주제를 포장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그의 고집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 코미디와 스릴러, 감동과 씁쓸함을 넘나들며 때로는 시청자들을 '앵그리'하게 또 '해피'하게 만드는 <앵그리맘>은 어떤 고민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바뀌었다 VS 바뀌지 않았다

최병길PD는 학교를 싫어했었다고 고백했다. 학교 문제를 다룬 드라마를 연출하는 PD가 학교를 싫어한다니? 당황하려던 찰나 그는 덧붙였다. “십 몇 년 만에 다시 왔는데 여전히 싫더라고요.” 확인사살이다. 드라마 홍보를 포기한 채 [<앵그리맘> PD 충격 고백, 학교 싫어해]라고 대서특필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들 때쯤 그는 다시 한 번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래도 옛날보다 많이 바뀌었죠. 학급 인원도 줄고, 시설도 되게 좋아지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바뀌지 않은 거 같아요. 사실 여전히 갑갑하죠.”
신인 작가의 신선함 VS 데뷔작의 위험성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코믹하지만 정확하게 하고 있고 그게 누군가는 해야 될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이는 그가 바로 지금, 꼭 <앵그리맘>을 하고자 했던 이유와도 연결된다. “그래도 신인 작가라 부담이 있었을 텐데…” 조심스럽게 묻는 기자에게 그는 또 한 번 단호박을 선물한다. “누구나 신인이 아니었던 적이 없고. 또 저도 아직 신인이니까요.” 이야기가 새로웠고, 주제가 명확했고, 이 사회에 필요한 작품이었다. 그 어떤 고민도 그에게 더 이상은 무의미했다.
원톱 김희선 VS 떠오르는 신예들



그렇다면 캐스팅은 어땠을까. 시작은 김희선에 대한 찬양이었다. “회의를 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배우가 김희선이었고, 김희선을 한 번 떠올리고 나니까 다른 배우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아예 안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다른 분이 오셨으면 이런 느낌이 전혀 안 났을 거 같아요.”
이 뿐만이 아니다. <앵그리맘>에 출연 중인 배우들은 말 그대로 최병길PD의 자랑이었다. “방송 시작한 다음부터 제가 뿌듯한 거는 누구 연기 못 한다 소리 듣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캐스팅 할 때 고민하길 잘했구나. 그리고 잘 됐구나. 다들 노력해줘서 너무 고맙고 그 지점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어요.”



지나친 칭찬이 아닌가 싶지만 사실이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배우들은 물론 아이돌 출신의 바로, 리지, 또 TV에선 아직까지 낯선 지수, 진이경 등 모두가 제 옷을 입은 듯 극 중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최병길PD가 뽑은 비결은 “어느 정도 그 성격을 가진 친구들을 뽑으려 했고, 우리 캐릭터에 맞춰서 그러한 성격을 더욱 끌어내려고 했다.”는 것.
감독도 부른다 VS 배우도 부른다
또 하나 <앵그리맘>의 독특한 포인트는 재즈가 가득 담긴 OST다. 최병길PD는 제작발표회 공연에까지 직접 나서며 ‘재즈’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특별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접 부른 ‘Sunny Side Up’ 역시 현실의 힘든 상황을 그래도 웃으면서 넘겨보자는 은유를 담은 곡이라고. “곧 강자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다.”라는 핵폭탄급 스포일러와 함께 <앵그리맘> OST를 향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피곤 VS 사이다

최병길PD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할 얘기를 다 하고 끝나는 드라마”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극 초반 강자가 나이트클럽도 휘어잡고 왕정희도 단번에 제압했던 것처럼 통쾌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가 아무리 분노하고 힘들어해도 막상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없는 현실을 무조건 미화하고 싶지는 않았단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힘 센 엄마가 폭력으로 나쁜 사람들을 다 때려잡았습니다’라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실망하기엔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이기 때문에 돌파구들도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 노아는 그냥 허당 교사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거고, 강자는 앞으로도 더 큰 적들과 마주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계속해서 부딪혀볼 것이다.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속 시원한 ‘사이다’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iMBC연예 김은별 | 사진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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