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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가 배출한 스타

2009-03-12 23:29
퀴즈쇼가 배출한 스타



↑1997년 <장학퀴즈>에 출전해 주장원을 차지했던 가수 김광진



1973년 2월부터 MBC에서 방송되었던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

<장학퀴즈>는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과정 수준의 문제와 시사상식 등의 문제를 푸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당시 <장학퀴즈>의 인지도는 엄청나서 여기에 출전한 학생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정학을 맞거나 선생님이 교체되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장학퀴즈>에 자신이 출전한 방송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 전체가 회관에 모였더라고 회고했다. <장학퀴즈>는 1997년부터 EBS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600회 특집 <장학퀴즈>의 한 장면



2008년 8월 7일에는 <장학퀴즈> 600회를 맞아 40~50대 늦깎이 고등학생들이 출전하는 특집방송이 있었다. 이날 방송에는 1997년 <장학퀴즈>에 출전해 주장원을 차지했던 가수 김광진의 축하무대도 이어졌다. 가수 김광진은 연세대학교와 미시건대학교를 거친 증권맨으로 ‘마법의 성’ ‘여우야’ 등의 히트곡을 작곡하고 노래했다. <장학퀴즈>를 거친 연예인과 방송인들로는 <난타> 기획자 송승환, 영화감독 이규형, 진행자 이택림, 가수 김동률, 전 SBS 앵커 한수진 등이 있다. 전국 고등학생들이 대결하는 <장학퀴즈>에는 공부를 좀 한다 하는 모범생들이 출연하기 마련. 그래서인지 <장학퀴즈> 출신들은 명문대를 진학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장학퀴즈>의 이전 참가자들이 등장했던 ‘1744 동창회’ 편에서는 판사,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쟁쟁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송승환은 <장학퀴즈>와의 인연을 책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아역 스타로 알려진 그는 <장학퀴즈>에 출전해 꼴찌를 했지만, 그런 도전이 있었기에 이후 <장학퀴즈>에 출전한 학생들과 CF를 촬영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20년이 흐른 후에는 <장학퀴즈>를 지원한 SK로부터 ‘<장학퀴즈> 출신 연예인’ 타이틀을 써달라는 반가운(?) 부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생이 팀을 이뤄 퀴즈를 푸는 <퀴즈 아카데미>는 처음으로 스타탄생의 조짐을 보여주었다. 단발성으로 참여하는 <장학퀴즈>와 달리 운과 실력으로 연승을 한다면 7주 동안 연속으로 방송에 나올 수 있는 데다 예고편도 있었기에 <퀴즈 아카데미>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이도 수두룩했다. 2인 1조의 팀 단위 퀴즈쇼여서 ‘얄리얄리’ ‘분열에서 융합으로’ ‘용감한 형제’ ‘엔트로피 제로’ ‘오촌당숙’ 등 재치 있는 팀 이름도 이슈로 떠올랐다.

<퀴즈 아카데미>는 매회 유명 연예인이 등장해 퀴즈문제를 출제하는 형식을 빌렸는데, 이는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몰카 주인공이었던 가수 이범학은 황당한 문제를 내는데 이를 진지한 표정으로 맞추었던 이는 당시 ‘달과 육백냥’이란 팀으로 출전해 7주 연속 승리를 거뒀던 이주학(현 방송사 PD)이었다.

<퀴즈 아카데미> 출신 인사로는 를 맡은 박영환 앵커가 있다. 그는 <퀴즈 아카데미> 1회 출신. 또 당시 <퀴즈 아카데미>에 출연해 가장 이름을 알렸던 이는 ‘여름사냥’ 팀으로 출전하여 7주 연속 승리한 송원섭(일간스포츠 기자)이다. 그는 <퀴즈 아카데미> 출연을 계기로 신사복 광고를 촬영하는 기회를 얻었고, 20여 년이 흐른 뒤 OBS <뉴스 퀴즈쇼>의 진행과 MBC every1의 <장학생 프로젝트 천만원의 꿈!>에 심사의원으로도 참여했다. 그의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는 ‘퀴즈 아카데미 출신’을 언급하는 내용이 많아 여전한 이름값을 과시한다. 





 


<도전 골든벨>은 고등학교 학생 1백 명이 모여 50문제를 푸는 퀴즈 프로그램으로 50문제를 모두 맞히면 골든벨을 울리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2004년 <도전 골든벨>에 참석해 34대 퀴즈달인이 된 지관순 학생은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치고, 중학교 때에는 오리를 키우고 우유배달로 학비를 조달해야 했다. 최하위에 머물던 성적은 끈질긴 노력 끝에 상위권으로 올랐고,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병환 중인 부모를 도와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며 공부했다. 그녀는 방송이 끝난 후 기업체로부터 대학등록금을 지원받아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300회 특집 <퀴즈 대한민국>




<장학퀴즈> <퀴즈 아카데미>가 학생들이 출전하는 인재육성 프로그램이었다면 최근 방송되는 <퀴즈 대한민국> <1 대 100> <우리말 겨루기> 등은 일반인이 나와 실력을 겨루는 형식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한 이들이 입소문을 타기도 한다. 대개 인간승리 드라마를 보여준 인물들이다.

인기를 얻지 못한 가수 선데이 브런치가 데뷔 초기 <퀴즈 대한민국>의 최종 단계까지 갔던 재원이라고 홍보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가슴 따뜻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이 더 눈길을 끌었다. 최연소 퀴즈영웅이 되어 상금 4천1백만원을 챙긴 신정한 어린이(고령초등학교 5학년)는 무수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퀴즈대회 승리비결을 ‘책읽기’로 꼽았다. 한석규 주연의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이 현실이 된 경우도 있다. 난치병에 걸린 딸을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한 아버지 강요성은 상금 4천3백만원을 획득하며 퀴즈영웅 자리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딸이 응원을 위해 나와 더욱 감동을 주었다. 고졸 출신의 40대 이발사, 가족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는 3개월 시한부 암 환자, 맹인학교 교사인 시각장애인,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출전한 40대 대학교수, 사업에 실패해 경제사범이 되었지만 군밤장수로 재기한 이, 3번이나 재발한 암을 극복하고 무대에 선 40대 주부 등이 그동안 퀴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 인물들이다.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딸이 응원 나온 강요성씨와 가족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는 시한부 암환자.



<장학퀴즈> <퀴즈 아카데미>가 인기를 끌던 시절,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본인은 의도하지 않아도 학교와 동네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곤 했다. 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하던 때여서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만의 끼를 뽐내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 멋지고 웃기기까지 하더라’라는 상승효과를 얻어 쉽게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현재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어느 곳을 대표한다는 의미보다 개인의 목적에 충실한 편이다. 한 학교 학생들이 대결을 펼치는 <도전 골든벨>만 보더라도 골든벨을 울리는 것은 학교와 개인의 명예지만, 학생들은 골든벨에 연연하기보다 개인의 장기를 뽐내는 무대로 삼는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오답을 맞춘 학생의 엉뚱한 궤변이 더 방송을 타는 것도 달라진 방송 트렌드다. <1 대 100> <퀴즈 대한민국>에서는 극도로 긴장했을 도전자들이 자신의 도전 이유를 당당하게 밝힌다. 간혹 개인기를 뽐내는 도전자도 있을 정도로 ‘우승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다’는 편안한 도전의식이 깔려 있다. ‘우승 상금을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하지만 대개 가족 여행, 부모님 용돈,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한 가욋돈으로 생각한다.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는 이유가 더 이상 ‘선생님과 부모님 등의 지원 덕분’이 아니라 ‘내가 잘해서’로 변한 덕분이다. 점점 개인화되는 사회 분위기가 퀴즈 프로그램에 반영된 결과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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